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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실수, 다른 피드백. 반복되면 인격모독이다

by tchoupi 2025. 5. 21.

오늘은 같은 실수라도 누구에게,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피드백이 될 수도, 인격모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관리자 언어의 품격이 조직 문화를 만든다

 

“왜 나한텐 그렇게 말하세요?”
같은 실수, 다른 말투 – 왜 그럴까

A와 B는 같은 부서, 같은 시기에 입사한 동기다. A가 실수했을 때 팀장은 “이런 부분은 다음엔 이렇게 해보자”고 말한다. 반면 B가 동일한 실수를 했을 땐 “아니 이걸 아직도 몰라요? 몇 번을 말했는데!”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그 차이를 몇 번 겪고 나면 B는 팀장의 얼굴만 봐도 긴장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많은 직장에서 흔히 벌어진다. 실수가 원인이라기보단, 그 실수에 대한 반응이 어떻게 다뤄지는가가 조직 내 불균형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처음에는 ‘기분 탓인가?’ 싶던 차별은 어느 순간 반복적인 언어적 공격이 되고, 피드백이 아닌 인격모독으로 변질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정서적 편향 피드백(emotionally biased feedback)”이라 부른다. 피평가자에 대한 호불호나 사전 이미지가 피드백의 강도와 톤을 결정하는 현상이다. 누군가에게 반복적으로 부정적인 피드백이 쏟아진다면, 실수 자체보다 상대에 대한 인식이 문제의 중심일 수 있다.

반복되는 모욕, 뇌는 다 기억한다
인격모독은 ‘공기처럼 흐르는 것’이 아니다

많은 조직에서 “나는 욕 안 했는데요?”, “그냥 지적한 건데요?”라는 말로 상황을 넘기곤 한다. 하지만 인격모독은 말의 내용보다, 그 반복성과 맥락이 중요하다. 같은 말이라도 반복되면 모욕이 되고, 특히 공개된 장소에서 반복되면 훨씬 더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유발한다.

예컨대, “그것도 몰라요?”라는 말은 한 번은 피드백일 수 있지만, 주기적으로 같은 사람이 반복적으로 듣게 되면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언어적 학대로 바뀐다. 심리학적으로, 반복된 언어적 모욕은 뇌의 편도체를 활성화시켜 트라우마처럼 각인된다는 연구도 있다.

게다가, 그 말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루어졌다면? 이는 단순한 지적을 넘어 사회적 망신(social humiliation)의 구조로 확장된다. 아무리 업무 차원에서 한 말이라 해도,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면 그건 이미 직장 내 괴롭힘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다.

피드백과 인격모독의 경계, 조직이 배워야 할 언어
관리자 언어의 품격이 조직 문화를 만든다

“지적은 했지만 인격을 모독한 적은 없다”는 말은 조직 내 가장 흔한 자기방어다. 하지만 이 말에는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다. 피드백은 '성장을 위한 방향 제시'이고, 인격모독은 '존재를 깎아내리는 행위'다. 피드백은 상황에 초점을 맞추지만, 인격모독은 사람 자체를 문제 삼는다.

예를 들어,

피드백: “이 업무에서는 이런 방식이 더 정확해요.”

인격모독: “당신은 도대체 왜 이런 걸 못하는 거예요?”

이 차이는 작지만, 듣는 사람의 내면에서는 하늘과 땅 차이다.

관리자라면 명심해야 할 점은 같은 실수라도 누구에게 어떤 어조로 말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특히 반복적으로 누군가에게만 날선 피드백을 가하면, 그것은 더 이상 교육이 아닌 정서적 공격이다.

조직은 구성원의 업무능력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언어의 방식과 피드백의 공정성도 리더십의 핵심 지표다. 실수를 혼낼 수는 있다. 하지만 모두가 보고 있는 자리에서, 그리고 특정 직원에게만 반복적으로 그러한 말이 가해진다면, 그것은 지도력이 아니라 권력의 일방적 행사이며, 조직 리스크다.

당신의 말, 반복되면 칼이 됩니다

조직에서의 말 한마디는 그냥 ‘말’이 아니다. 특히 상사가 반복해서 내뱉는 부정적 언행은 듣는 사람에게 정서적 낙인과 위축감을 남긴다. ‘동일한 실수’인데 왜 나만 유독 강한 피드백을 받는다면, 그건 피드백이 아닌 인격모독일 수 있다.

이제는 조직도, 관리자도, 구성원도 “말의 품격”을 돌아봐야 할 때다. 실수를 질책할 수는 있지만, 그 방식이 모욕이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