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더위와 함께 찾아오는 온열질환의 위협과 예방 대책에 대해 다루려고 합니다.
1. 햇볕보다 무서운 ‘체온 상승’ – 온열질환의 실체
온열질환은 고온다습한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었을 때 인체의 체온조절 기능이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대표적으로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발진 등이 이에 속합니다. 겉으로는 단순한 더위로 오인되기 쉬우나, 실제로는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질환입니다.
2023년 여름, 국내 온열질환자 수는 2,100여 명을 넘었으며, 이 중 약 25명이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건설현장이나 물류창고, 농촌 등 실외에서 장시간 노동을 하는 근로자들이 주요 피해자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열사병은 가장 치명적인 유형으로, 체온이 40℃ 이상으로 치솟고 의식장애나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열탈진은 탈수와 전해질 손실이 주 원인으로, 어지럼증과 근육통이 주 증상입니다.
열경련은 땀을 많이 흘리고 수분만 보충했을 때 전해질 불균형으로 발생하며, 주로 복부·다리 등에 근육통이 나타납니다.
온열질환은 특히 고령자, 심혈관질환자, 어린이, 비만자에게 더욱 취약합니다. 그런데도 “나는 건강하니까 괜찮다”는 자만심이 위험을 키웁니다. 이는 한순간의 방심으로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질환임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2. 예방이 최고의 치료 – 현장에서 꼭 알아야 할 6가지 수칙
온열질환은 대부분 예방이 가능합니다. 특히 야외 근무자나 고온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사전 대비가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와 질병관리청이 제시한 예방 수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시원한 환경을 확보하라
휴게공간은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그늘 아래나 냉방이 가능한 곳이어야 합니다. 특히 작업장이 밀폐된 경우에는 환기장치나 공조기 활용이 필요합니다.
② 작업시간을 조정하라
낮 12시~오후 5시 사이 가장 더운 시간에는 작업을 줄이고, 아침이나 저녁 시간대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초복~말복 기간 동안은 집중관리 시기로 지정해 작업 스케줄을 재편해야 합니다.
③ 1시간마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라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미리미리 수분을 섭취해야 합니다. 단, 카페인이나 당분이 많은 음료는 오히려 탈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염분이 포함된 이온음료를 함께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④ 동료 간 건강 상태를 확인하라
작업자들은 동료의 얼굴색, 말투, 걸음걸이 등 이상 징후를 빠르게 인지할 수 있는 훈련이 되어야 하며, 2인 1조 작업 등 상호 모니터링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⑤ 냉찜질 키트와 응급장비를 비치하라
현장에는 얼음팩, 물티슈, 전해질 음료, 부채 등을 상시 비치하고, 열사병 발생 시에는 즉시 시원한 곳으로 이동 후, 체온을 낮추는 응급조치를 시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⑥ 관리자 교육과 매뉴얼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라
현장 관리자들은 온열질환 조기증상, 대처방법, 응급이송 매뉴얼 등을 주기적으로 교육받아야 하며, 교육 기록 및 체크리스트를 현장에 비치해야 합니다.
이러한 수칙은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 건강 보호 의무’와도 직결되는 법적 책임입니다. 실제로 중대산업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예방조치가 미흡한 사업장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3. 조직이 할 수 있는 대응 – 예방을 시스템화하라
많은 조직들이 폭염 대응을 ‘캠페인’ 수준에서 멈추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기온 상승과 기후변화 속에서 이제는 예방을 제도화하고, 안전을 문화로 내재화하는 체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1) 스마트 열 스트레스 모니터링 시스템
일부 사업장에서는 근로자에게 스마트워치나 웨어러블 센서를 착용시켜 체온·심박수·습도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위험 수치를 넘으면 관리자에게 자동으로 알림이 전송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2) 폭염 경보 시 자동작동 프로토콜
기상청 폭염주의보 발령 시 작업중지 → 쉼터 이동 → 수분 섭취 → 20분 휴식이라는 일괄 대응 매뉴얼이 자동화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자출결기와 연동된 휴식시간 모니터링 시스템도 도입이 가능합니다.
(3) 전사적 안전 문화 내재화
단기 교육이 아닌, 정기적인 안전 브리핑, 리더십 교육, 하급관리자의 역량 강화가 핵심입니다. ‘누가 실수를 했는가’보다, ‘어떻게 시스템이 실수를 허용했는가’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온열질환 대응은 이제 개인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리스크 관리의 핵심입니다. 한 명의 사망 사고로도 기업은 치명적인 법적·사회적 타격을 받을 수 있으며, 인사·노무 리스크까지 확산될 수 있습니다.
맺으며 – 여름의 더위, 예방으로 이겨내야 한다
폭염은 자연현상이지만, 온열질환은 예방 가능한 ‘인재(人災)’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수칙이지만, ‘실제로 이행되는가’가 생사의 갈림길입니다. 특히 실외 작업이 많은 산업현장은 기온 변화에 따라 즉각적으로 작업조정, 휴식보장, 수분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름의 더위는 모두에게 공평하지만, 그 위험은 준비하지 않은 사람에게만 찾아옵니다. 예방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